10. 1. 21.
출근길 어제와는 달리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상쾌한 아침..
집을 나서며 꽁꽁 언 화단 앞에 선다.
간밤... 부슬부슬 내리는 비 맞으며 낙엽을 한 번 떠 깔아주고 중간중간 흙 뿌려주었는데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천리향과 꽃치자는 단풍도 안드는지..? 푸른잎 모습으로 언 채 겨울을 난다.
어젯밤..
저녁상 물리고는 삽들고 나선다.
많지는 않아도 그제밤부터 내리는 비가 종일토록 계속되었기에 땅이 좀 녹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이 밤이 지나면 기온은 다시 영하 10도로 내려간다니 오늘같은 날을 놓칠 수 없는거다.. ㅎ
그간 모아둔 거름(음식물 찌꺼기-과일껍질, 양파껍질, 얼어서 썪은 마, 고구마, 야채류 등등 조리되지 않은 자연적인)이 커다란 봉투로 2개나 된다.
삽자루 땅에 대니.. 웬걸.. 삽날이 그대로 튕기며 걸린다..
녹았음직했는데....
그래도 ... 믿는 구석에 삽 넣으니 언땅 가르고 아래로 내려간다.. ^^
작년 연말 추위가 오기전 삽질하여 거름 묻은 자리는 음식물이 발효되면서 열이 발생하니 그 추위 속에서도 크게 얼지 않았다.
다만, 채 썩지 못한 지난번 흔적들이 흙과 함께 보여지고.. (역시 겨울이라 늦다.)....
조금 넓게 파 보려 했으나 한 자(尺)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의 언땅은 한 치도 용납하지 않는다.
저 많은 것들 묻으려면 아래로 깊게 파는 방법 뿐.. 다른 곳에 나누기는 틀렸다.
계속 밑으로 파나가니 역시나 돌들에 걸린다. 까이꺼 돌들은 파내면 된다.
그러나 묻힌 돌이 쉽게 빠질리 없다..
덥다...입고 있던 겉옷 벗어버리고 싶은 거 참으며 돌과 씨름한다.
결국, 묻혀있던 벽돌 두장과 큰 돌 하나 파내니 제법 공간이 되니 그 곳에 쏟아 붓고 다시 읅으로 메우고....
작년 늦가을 경비 아저씨께 얻어 두었던 낙엽자루를 눈 녹은 화단에 쏟아 붓고, 다시 흙 올려 마무리 한다....^^
이로서 오늘 작업 끝~
가볍게 내리는 비와 밤공기가 시원한 밤.^^
현관문 열고 들어서며 "하이고~ 그간 묵은 거 하고 나니 개운하네~^^ "
정말 신기한게도 새해부터 계속되던 소화불량과 엊그제 시작된 감기 기운이 사라진 것 같이 찌푸등등 하던 내 몸이 가뿐하다.^^
역시나 난 촌부村婦 체질인가 싶다..ㅎㅎ
..
어제 작업한 그 곳에 눈길가니 절루 멈춰 서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은 작은 얼음 방울이 되어 맺혀 있고...
쏟아 부은 낙엽들에 흩뿌려 놓았던 흙은 비와 섞여 얼어 있다.
마치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손 닿은 흔적이 없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자연의 모습이다.
겨울의 막바지..
혼자 신통해 하며 흐믓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상쾌한 아침이다~^^*